* 읽으면서 제게 다가운 구절을 적어 봅니다. 고백록 같은 책은 해석보다는 스며드는 구절을 그저 메모해 두는 것도 좋을 겁니다. 괄호 안의 숫자는 책 쪽수입니다.

독자에게(번역자)

남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에는 애바르면서도 자기의 생활을 고치는 데에는 게으른 사람들에게 “참회록”을 내놓은  문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능력이 없는 돌팔이 의원들에게 제아무리 곡진한 솜씨로 병을 그려보인단들 그것이 구원의 문학이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카라마조프 형제]의 살인한 자선가가 만찬회의 손님들 앞에서 무서운 비밀을 토로하고 달갑게 죽어가는 모습이라든지,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역시 자백을 하고, 시베리아의 유형길을 떠나는 장면이 아구스띤적 수법으로 다루어졌던들 크나큰 아쉬움을 우리에게 남기진 아니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가 있는 인간이기에 죄를 범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라스콜리니코프보다 더 무서운 죄를 지을 수도, 살인한 자선가 이상의 비밀을 지닐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인간의 비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절망할 수는 없는 터무니가 있습니다. 내 앞에 계시는 전능하신 의사! 하느님은 내가 입은 치명상을 고스란히 보여드릴 때, 그 당장 씻은 듯이 나를 낫우어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구원입니다.(8-9)

1권 5장

내 마음 흠뻑 취하게 만드시면 내 죄악 모두 잊고, 오직 하나인 나의 행복 당신을 얼싸안으오리다(27).

내가 당신의 무엇이길래 날 같은 것이 당신을 사랑하라 명하시고, 아니하면 진노하시며 엄청난 비참을 내리시리라 으르시나이까? … 이리 말씀하소서, 듣겠나이다. 보소서 주여, 당신 앞에 내 마음의 이 귀들을. 이를 열으사 내 영혼에게 말씀하소서, 네 구원이 나로라고. 이 목소리 뒤로 내달아 가서 당신을 붙잡고 말으오리다(28).

1권 6장

당신의 연연세세가 오늘 하루로소이다. 얼마나 많은 우리와 우리 조상들의 날과 날들이 당신의 “오늘”을 이미 지나갔고, 그에서 양상을 빌려 저마다 존재하였나이까(32).

1권 7장

그런즉 어린이에 있어 순결한 것은 그 지체의 여림이지 그 심지가 아니옵나이다(33).

1권 9장

당신이 나를 가르치시려고 들어주지 않으실 적에 어른들은 웃었고, 어떠한 불행도 자식이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 내 부모까지 그러하였습니다. 그때의 내게 있어선 그것이 여간 큰 불행, 그리고 뼈아픈 일이 아니었댔습니다(37).

1권 11장

내가 아직 어렸을 대 영생에 대한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교만함에까지 내려오사, 우리 주 하느님의 겸손으로써 우리에게 약속된 그것입니다(39).

1권 15장

당신 자비가 나를 사사스럽기 그지없는 내 모든 길에서 건져주시와, 내 따르던 온갖 꾀임을 던져두고 당신을 맛들이게 했삽고, 나로 하여금 굳세게 당신을 사랑하고, 내 마음을 통틀어 당신의 옥수를 안아보게 하였사오니 이리하여 끝까지 나를 모든 유혹에서 건지셨나이다(46).

1권 16장

그러나 더 옳게 말하자면 죄투성이의 인간을 신스럽게 꾸며서 죄가 죄 아니게 여겨지고, 따라서 누가 죄를 짓든 그는 버린 인간이 아닌, 도리어 천상의 신들을 본받는 줄로 알게 함이었더(47).

1권 17장

주여, 당신을 기림, 당신을 기림이 당신 글(성서)을 통하여 내 마음 덩굴에 열렸던들 어이없는 허탕질로 새들의 더러운 밥이 되어 쪼아먹히지 않았으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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