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만에 멋진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독일의 조직신학자 미하엘 벨커(Michael Welker)가 쓴 <하나님의 계시. 그리스도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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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책 제목에서 자신의 신앙과 신학을 다 드러냈구나 싶습니다. 내부 구성은 이렇습니다.

서언: 오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
1장: 역사적 예수
2장: 부활
3장: 십자가
4장: 높여진 그리스도와 그의 나라
5장: 참 인간-참 하나님

특히 저자는 서언(21-81쪽)에서 작심한듯 써내려갑니다.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더라도 한 장 한 장이 알이 꽉 찬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부활(2002년)과 하나님 나라의 삼중적 형태(2012년)에 관한 저자의 논문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저자가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손에는 다른 학문의 책을 들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오성현 교수(서울신학대학교)께서 이 책을 읽기 좋게 번역했습니다. 역자의 말을 한번 들어보세요.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셨다!” 이 책의 저자 미하엘 벨커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체성을 여기서 찾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신 계시의 사건에 근거하기에 끊임없이 ‘하나님의 계시’에 대해서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하나님의 계시』라고 달았습니다. 그 하나님의 계시를 그리스도교 신앙이 만날 수 있는 곳은 예수 그리스도이기에,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물음의 규명에 그리스도교 신앙의 사활이 걸려있습니다. 그러기에 저자는 이 책의 부제에 ‘그리스도론’이라고 붙였습니다. 실상은 이 부제가 이 책의 주제의식을 보여줍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계시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된 하나님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저자는 바로 이 그리스도교 신앙고백과 선포의 핵심적 주장이 어떻게 주장될 수 있으며, 또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주 치밀하고도 섬세하게, 그러나 총체적이고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열정적이고 다면적인 연구활동을 보여 왔던 미하엘 벨커 교수는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신학과에서 정년퇴임을 2년 앞 둔 2012년에 그리스도론에 대한 이 대작을 내어 놓았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대작입니다. 이 책에서 보이는 연구의 방대한 규모와 깔끔한 체계화, 예리한 통찰력을 만나게 될 때, 미하엘 벨커가 칼 바르트, 위르겐 몰트만의 뒤를 이어서 대표적인 독일 신학자이며, 세계적인 신학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이 책에서 그는 단지 교의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성서신학, 교리사, 근대 및 현대신학, 윤리학, 실천신학의 연구결과들과, 철학은 물론이고, 고고학, 문화학, 사회학, 심지어 자연과학과의 대화를 통한 연구결과들을 그리스도론 안으로 종합적이고도 창조적으로 끌어들입니다. 또한 그는 신학적으로도 성서적 신학의 토대 위에서 종교개혁적 전통은 물론이고, 오늘날 오순절 교회를 비롯하여 사회적 실천의 다양한 영역에서 강력하게 포착되는 성령론적 흐름까지 이 그리스도론에서 통전적으로 포괄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서언에서 “오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라는 본회퍼의 질문을 화두로 오늘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와 기대들을 소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고난, 심미적인 구상적 현존, 세속화된 문화, 주관주의적 신앙 등에서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단편적인 경향성을 소개하고 비판하면서, 이를 넘어서 ‘다상황적이고 성령론적인’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접근해야 하나님의 계시를 적합하게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따라 제1장에서는 그리스도론의 실체적 내용을 이루는 역사적 예수의 문제를 다룹니다. 예수의 생애에 대한 연구들을 진지하고 깊이 숙고한 저자는 역사적 회의론과 낙관론을 벗어나서, 과거가 되어버린 역사적 예수와 성령의 능력 안에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 사이의 연속성을 인식할 수 있게 해 줄, 새로운 방식의 역사적 예수에 대한 탐구의 길을 제안합니다. 제2장에서는 과거의 역사적 예수와 성령의 능력 안에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분수령이 되는 부활의 문제를 다룹니다. 저자는 부활을 이전 육체의 소생으로 파악하는 자연주의적 이해를 거부하면서, 부활을 영적 현존의 현실성, 몸과 결합되는 영의 현실성으로 이해해야 할 것을 주장합니다. 제3장에서 저자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을 다루는데, 십자가를 단지 묵묵히 고난을 받으시는 하나님의 계시로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세상의 죄와 악에 맞서 싸우면서 세상을 심판하고, 또한 세상을 구해내는 하나님의 활동성이 십자가에서 계시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4장과 제5장에서 저자는 부활하고 높여진 그리스도의 현존과 그의 나라와 통치에 대해서 다룹니다. 저자는 그리스도의 활동에 대한 고전적인 이해, 곧 삼중직무론(왕, 예언자, 제사장)을 실마리로 삼아서 그리스도 안에서 오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를 삼중적 형태에서 논합니다. ‘창발적 사건’으로 오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의 통치와 더불어서 그리스도에게 속한 자들의 제자직의 수행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는 저자는 이를 삼중적 형태에서 서술합니다. 그리스도의 왕적 현존은 그리스도인들의 공공적 형태의 사랑, 곧 디아코니아(교회의 사회봉사) 실천에서, 그리스도의 제사장적 현존은 예배와 성례전을 통한 교회의 신앙적 실천에서, 그리고 그리스도의 예언자적 현존은 희망 속에서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교회 안팍의 비판적 기능의 수행에서 드러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삼중적 형태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끊임없이 새로운 창조로서 우리에게 오고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제공되는 복되고 영원한 생명은 지금, 여기서 선취되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2012년에 한국을 방문한 미하엘 벨커 교수로부터 이 책의 번역을 직접 부탁받은 지 2년 만에 비로소 이 책이 한국어 번역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영어 번역판은 2013년 말에 출판되어 영미권에서, 특히 미국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벨커 교수는 이 책의 한국어판 출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위르겐 몰트만 교수로부터 벨커 교수와 함께 박사학위를 받고서, 현재 한국의 교회와 신학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 서울신학대학교 유석성 총장, 장로회신학대학교 김명용 총장이 이 책의 한국어 번역을 크게 기대하면서 역자를 격려해주셨습니다. 더 나아가서 몰트만 교수님, 박종화 목사님, 유석성 총장님, 김명용 총장님께서 이 책에 대한 추천을 글도 써주셨습니다. 이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별히 이 책의 한국어판 출판을 위해서 도와주신 유석성 총장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출판 시장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하고 출판을 해주신 대한기독교서회 서진한 사장님께 감사를 드리며, 출판의 실무를 위해 수고해주신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정확하면서도 읽기에 좋은 번역을 하고자 애를 썼지만 부족함이 있다면 독자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서, 밝지 않은 미래의 전망 속에 있는 한국 교회와 사회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새롭게 희망의 빛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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