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의 제4계명, ‘안식일(Sabbath)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1. “Sabbath”의 Hebrew Terminology1

히브리어 명사 sabbat은 sabbaton, 즉 ‘안식축제’를 가리킨다. sabbat과 sabbaton의 결합은 ‘완전한 안식일’ 혹은 ‘엄숙한 휴식’이란 의미와 함께 제7일(출 32:5; 레23:3)의 의미로서 일년 중 속죄일(레 16:31; 23:32)과 나팔절(레 23:24)을 가리킨다. 그리고 레위기 25장 5절, “너의 곡물의 스스로 난 것을 거두지 말고 다스리지 아니한 포도나무의 맺은 열매를 거두지 말라 이는 땅의 안식년임이니라.”고 기록하고 있는 바와 같이 sabbat은 ‘땅의 안식’ 곧 안식년의 의미로 사용된다. 한편 동사 sabat은 ‘정지, 취소,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며, ‘숨김, 가져오는 것을 멈추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sabbath은 구약성서에서 ‘쉼, 안식축제, 안식년’의 의미를 지닌다.

2. “Sabbath”의 바벨론 전통적 기원

학자들 중 어떤 이들은 안식일의 기원을 히브리적 전통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바벨론적인 전통에서 찾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숫자 ‘7’의 의미인 sabbat과 바벨론의 AKK 여성형 명사 sibbitim, 즉 ‘seventh’가 대응하기 때문이다.2 그래서 랭던(S. Langdon)은 “Babylonian Menologies and the Semitic Calenders”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BC 10세기에 앗수르에서는 어떤 불길하다고 생각되어진 날들이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1일, 7일, 9일, 14일, 19일, 21일, 28일, 29일, 30일에 어떤 일을 하면 불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B.C. 7세기에 앗수르바니팔(Assurbanipal)은 이 날들을 7일, 14일, 19일, 21일, 28일로 축소시켰는데 그 중 19일은 특히 불길하다고 여겨졌다. 따라서 이 날은 ‘재수없는 날'(sab/pattu)로 규정되어 터부(taboo)시 되었다.3 더 나아가 sab/pattu(m)은 ‘ume lemnuti’, 곧 ‘악령의 날’로 아시리안 달력에 규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 날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면서, 다만 악령을 달래는 날로 보냈다. 그러므로 안식일(Sabbath)의 히브리어 명사 sabbat과 바벨론 명사 sab/pattu(m)은 ‘쉼’ 혹은 ‘그침’이란 의미에서 같다. 이것이 학자들이 안식일의 어원을 바벨론 전통에서 찾으려고 하는 이유이다.

3. 창조의 목적으로서의 안식일

그렇다면 과연 sabbat과 sab/pattu(m)은 그 의미의 내용에 있어서도 동일할까? 안식일이란 단어가 바벨론의 ‘재수없는 날 쉬는 것’과 그저 ‘쉰다’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해서 그 ‘쉼’의 내용도 같을까? 과연 안식일은 재수 없어서 쉬는 날인가?

바벨론 전통의 ‘재수없는 날’을 랭던은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칠일을 한 주간으로 삼는 것은 앗수르바니팔의 정책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며, 또 이것은 달(月)의 운행에 맞추어서 규정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달에 기준한 한 달은 29 1/2일이고 28일이 아니다. 그리고 달의 운행은 정확히 칠일씩 따로따로 운행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불길하다는 그 19일은 칠일씩 연속되는 흐름에 어긋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히브리인의 안식일은 바벨론이나 앗수르의 그 날들 보다 훨씬 더 오래 전의 것이라는 사실이다.”4 랭던에 의하면, 한 마디로 바벨론의 제7일이란 날은 마치 달력처럼 달의 운행에따라 정한 날일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랭던이 말한 ‘더 중요한 사실’은 어떤 것일까?

K. Barth는 창세기 2장 1-3절에 나타난 창조사의 제 일곱째 날, ‘안식’을 ‘끝’이 아니라, ‘완성하심’으로 해석한다.5 이것을 바르트는 하나님께서 보좌에 앉으셨다는 것으로, 하나님께서 보좌에 앉으셨다는 것은 동시에 피조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이 발동하기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6 따라서 창조는 제6일에 끝난 것이 아니라, 제 일곱째 날에 하나님께서 보좌에 앉으신 것으로 온전히 창조의 목표에 이른 것이고, 하나님께서 보좌에 앉으셨다는 것은 동시에 성서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역사에 관하여 증언하고 있는 모든 것의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것이다.7

또한 김정준 박사도 다음과 같이 그의 제4계명 연구를 종합한다: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의 십계명 본문은 ‘제7일’을 단순히 ‘쉬는 날’이라 하지 않고 ‘여호와의 안식일이라’하며 ‘거룩하게 지킬 것’을 명하며 이 날을 하나님의 창조 역사와 구원 역사를 연결시키고 있다. 여기 사용된 sabbath의 동사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것만 아니라 ‘지킨다’, ‘거룩하게 한다’는 적극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야웨를 위하여 한 거룩한 날이 제정된 것을 보여준다. 안식일을 매주일 정기적으로 지키며 야웨를 기억함으로 이스라엘은 야웨의 백성임을 깨닫게 하는 중요한 제의가 되었다.”8

결론적으로 안식일은 재수 없는 날이어서 부정탈까봐 그냥 쉬는 날이 아니다. 하나님이 창조 후 제7일에 피조물과 쉬신 날은 하나님의 창조가 목표하는 날이다.

  1. Gerhard F. Hasel, Sabbath, in: The Anchor Bible Dictionary, New York 1992. Vol. 5., p.849.
  2. ibid.
  3. R. Laird Harris, Sabbath, in: Baker’s Dictionary of Theology, Everett F. Harrism(ed.), Michigan, 신성종 역, [신학사전], 서울:엠마오 1986. 2판, p.510에서 재인용.
  4. ibid.
  5. K. Barth, KD III/1, 248.(이하 바르트의 견해는, 김재진, “칼 바르트의 계약사적 창조사”, in: 기독교 사상(417), 1993, p.150ff.에서 재인용).
  6. K. Barth, op. cit., 249.
  7. K. Barth, KD III/4, 56.
  8. 김정준, [율법서·예언서 연구 -논문집 Ⅲ-], 서울:한국신학연구소 1988,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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