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시 독일에 있을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분을 기억하면서 이 책을 매일 조금씩 번역했다. 베르톨트  클라퍼르트(Bertold Klappert)는 부퍼탈 신학대학에서 교수했고, 위르겐 몰트만의 제자이자 동료이다. 이 책은 클라퍼르트 교수가 몰트만의 종말론과 기독론 책을 비평적으로 읽은 기록을 남긴 책이다. 몰트만의 종말론 책은 “오시는 하나님”(Das Kommen Gottes)이고, 기독론은 “예수 그리스도의 길”(Der Weg Jesu Christi)인데, 그는 몰트만의 종말론과 기독론을 자신의 수업시간에 공부하고 또 몰트만과 함께 토론도 한 뒤에 비평책을 내 놓은 것이다. 그는 우선 몰트만의 종말론 책을 이잡듯 읽고 마지막 단락에서 비평을 하는데, 기독론 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독일에서 공부한 신학교수들 중에 튀빙엔 대학 출신이 많다. 특히 그 학교의 조직신학 교수였던 몰트만의 제자들이 많다. 박봉랑 선생님과 전경연 선생님이 몰트만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그 뒤를 이어 김균진 교수님이 몰트만의 책을 많이 번역했다. 그래서인지 몰트만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신학자가 되었다. 조직신학 전공의 석사논문 주제를 보면, 몰트만의 인기는 단연 돋보인다. 사실 몰트만 말고도 같은 대학에서 교수했던 에버하르트 융엘도 있고, 뮨헨의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도 있다. 융엘이나 판넨베르크가 우리나라에서 그리 유행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들의 책이 번역되어 소개되었나 안 되었나가 결정적일 것이다. 어디 이유가 이것 하나 뿐이겠는가. 이유를 한 가지 더 생각해보면 -이건 내 생각일 뿐인데- 몰트만이 이차대전 때 포로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 경험이 그의 신학에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우리네 신앙정서에 잘 맞다. 예를 들면 그의 책 제목이 우리 귀에 참 은혜롭다.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몰트만이 출판시장의 묘맥을 딱 집고 있지 않은가.

클라퍼르트가 몰트만의 종말론과 기독론을 비평한 것을 수박겉핥기식으로나마 한두 줄로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클라퍼르트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는 종말론의 공리와도 같은 주제인데, 몰트만은 이 주제를 바르트 이후 한스 요아힘 크라우스에 이르기까지 성서적-조직신학적 전통에서 연구해 놓은 것을 언급하지 않고 살며시 비켜간다고 비평한다. 몰트만은 통합적 종말론을 말하며 우주적 종말론 안에 하나님 나라의 도래까지도 다 집어 넣어 해결하려고 하는데, 클라퍼르트는 그건 아니고, 오히려 하나님 나라의 도래가 우주적 종말론에 상대해서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클라퍼르트는 몰트만이 “만유 안에 계신 하나님”이란 개념을 이사야 6장 3절로부터 이끌어 오는데, 고린도전서 15장 28절도 있다고 제시하면서, 메시아적 패러다임에서 묵시사상적-우주적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만 하는가? 라고 비평한다.

이 책의 부록으로는 클라퍼르트의 이 책이 출판되기 전에 몰트만이 읽은 후 답변을 싣고 있다.

 

One Reply to “몰트만의 종말론과 그리스도론 비평 (베르톨트 클라퍼르트)”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