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조한별)

*이 책을 2016년에 읽었다. 몇몇 인상적인 부분을 적어 놓은 기억이 나서 블로그를 뒤졌으나 안 보였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찾아서 이곳 블로그로 옮긴다. 혹시나 싶어 구글 검색을 했더니 찾던 메모가 페이스북에 있다는 걸 알려준다. 구글 대단하다.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조한별 씨가 쓴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이란 책을 보고 우리 연구원 강의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지하철을 오가며 읽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저자가 학부 졸업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글을 쓰고 있어서 놀랐다. 사슬처럼 써 나가는 방식, 자문자답 방식, 각 장이 독자를 점점 더 깊이 끌어당기는 방식 등등.

사실 세인트존스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공부를 시키는지)를 슬쩍 보려고 했는데 인상적인 구절도 보여서 소개한다. 어쨌든 세인트존스 대학의 공부는 악랄무쌍(?)할 정도로 학생으로 하여금 질문하고 또 질문하게 하고, 즉 생각하고 또 생각하도록 이끈다는 거다. 아마도 소크라테스가 그 학교 명예 이사장이 아닐까 싶다.


세인트존스는 스스로 공부한다. _서문. 6쪽.

세인트존스에서 말하는 튜터는 개인 지도 교사가 아니다. 세인트존스의 튜터들 역시 다른 대학 교수님들과 다를 게 없다. … 교수님은 강의를 해주지만 튜터는 학생과 함께 공부한다. 학생들을 이끄는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제나 책에 대해 좀 더 많은 시간 동안 고민을 해온 ‘선배’의 느낌으로 함께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이 세인트존스의 튜터다._23쪽

남의 말이라고 다 정답이고 교훈이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이의 말을 듣고 자신의 생각도 얘기하면서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 다른 사람의 해석도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혼자 책을 해석할 때보다 배움이 더 풍부해진다. _25쪽

… 나는 토론 수업 준비를 위해 책을 읽고 ‘이해하기는 했지만 그 후에 해야 할 ‘생각하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각하기’ 역시 많은 뜻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생각하기’는 단순히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인식하는 수준의 생각하기가 아니다. 대신 스스로 관조해본다는 뜻의 생각하기와 비슷하다. _50쪽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조금 다른 면에서 위험하다. 고전을 읽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때가 많다. … 이해는 안 되고 수업은 어렵고 해서 튜터들과 상담을 자주 했는데 백이면 백 다 그들은 딱 한 가지만을 요구했다. 질문하라는 것. _51쪽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면, 왜 이해가 안 되는지 ‘진짜 생각’을 시작해봐야 한다. _53쪽

고전에 대한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는데 그건 바로 고전은 ‘읽는 책’이 아니라 ‘생각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_93쪽

지금은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한 문장 밖에 와닿는 부분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문장만 이해했어도, 책을 이해한 거고 읽은 거다. _125쪽

내 의견을 제시하는 건 나중의 문제였다. 우선 제일 중요하게 익혀야 할 토론의 기본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장 속에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었다.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면 왜 그런지 질문하고, 어떤 친구의 의견이 명료하지 않다면 다시 정리해보는 것, 그것이 핵심이었다. _183쪽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읽고 책을 읽으라고 한다. 훌륭한 책을 읽으라고 하는 이유는 그 책들을 읽고 난 후 줄거리를 요약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책을 읽고 해야 하는 것은 ‘그 책에 대해 생각하기’다. _204쪽

근데 더 놀라웠던 건 그다음부터다. 내가 내 한계를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지고 오히려 배움이 시작되었다. _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