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관, 성서해석학

잘 쓴 책을 만났다. 박정관의 성서해석학이다. 1부는 저자가 (성서)해석학을 공부한 결과를 차분히 풀어낸 부분이다. 이걸 바탕으로 성서를 어떻게 볼까가 2부이고, 3부는 구체적인 예를 알려준다(1부만 읽음). 1부 전개에서 흥미로운 것은…칸트가 인식론을 시작하며 시간과 공간을 세팅했는데, 저자도 칸트처럼 세팅을 한다. 저자는 공간 문제는 스킵하고 시간을 다루면서 그 유명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이해를 들고 나온다. 현존재는 기억과 회상을 통해 과거로 갔다가 거기서 기대와 상상을 통해 미래로 간다. 저자는 이제 현존재의 언어를 세팅한다. 언어에서는 단어와 맥락이 중요하다. 현존재의 특정한 시간 경험의 스토리(내용)를 적절한 형식(서사)으로 서술하면 현존재의 이해 행동으로 이어진다. 해석이 이뤄지는 거다. 저자는 이를 해석적 직관이라고 한다. 직관이라고 하니 감각적인 느낌 정도만으로 제한하기 십상인데 저자는 가다머의 지평융합,… Read more박정관, 성서해석학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손성현 옮김, <도스토옙스키>

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마음에 밟히는 문장을 적어 본다. 괄호 안은 내가 쓴 거다.  인간 쪽에서는 저쪽으로 넘어가는 다리가 놓일 수 없다는 것을! … 혹시 하나님 쪽에서라면 어떨까? 35 에로스의 마술이 더 강력한 마술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나 할까? 62.  (물론 여기서 에로스는 내용상 육체적 사랑이겠으나, 83쪽 인용과 관련해서 난 지혜 또는 존재에 대한 열정으로 보고 싶다. 하나님을 향해 에로스를 발휘해 달려가도록 세팅되었다고는 하나 35쪽 인용과 관련해 볼 때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 제시하는 마지막 너머의 마지막 한마디는 부활이다. 온 인류가 어두운 낭떠러지 아래서 허우적대고 있지만 그 위로 위대한 용서의 빛이 비쳐온다. 80 인간은 결국 하나님을 향하도록 지어진 피조물이라는 사실이… Read more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 손성현 옮김, <도스토옙스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이세운 역, 필로소픽, 2014)

이 책은 보에티우스가 출세가도를 달리다가 정치적 모함을 받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져 유배 당해 죽음을 기다리며 철학의 여신과 대화를 나눈 기록이다. 보에티우스가 가상의 철학의 여신을 상대로 묻고 답을 얻은 기록이기에, 사실상 자문자답의 책이다. 이 책은 총 5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분량은 책 한 권을 5장으로 나눈 정도이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신학대전에서 최고선(?)을 설명할 때 이 책에 의지했단다(20). 각 권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1권: 보에티우스는 신이 모든 것을 관장한다면 자신의 억울함을 헤아려주기는커녕 어떻게 자기만 쏙 빼놓을 수 있느냐며 비참한 운명을 토로한다. 2권: 철학의 여신은 네가 느끼는 운명은 양면성을 지닌다고 답한다. 좋든 싫든, 행복하든 슬프든 운명이라는 거다. 철학의 여신은 자연은 운명의 양면성을 거스르지 않는데 인간인… Read more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이세운 역, 필로소픽, 2014)

후카이 토모아키, 홍이표 역, <사상으로서의 편집자>를 휘리릭 훑어보며

성서신학(경험상 신약이 구약보다 더 많음)을 공부하다가 조직신학으로 넘어가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귀납적이고 개별적 성서 공부의 끝에 뭉개구름처럼 형성되는 상이 조직신학에서 다루는 주제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조직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뭉개구름의 뒷 모습이나 형성 자취를 알고 싶어한다. 이것은 역사신학으로 넘어가는 시점일 것이다. 이런 관심을 보이는 학자가 바로 후카이 토모아키다. 그는 <사상으로서의 편집자>에서 자기 관심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사상이든 무엇이든 결과물로서의 ‘책’을 붙잡으면 씨름 대상 둘을 만난다. 저자와 편집자다. 저자의 본심은 책으로 드러났다 치고, 편집자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는 없을까? 이게 후카이의 관심인 것 같다. 그가 판넨베르크 학파의 막내에 속하기에 시간의 자취, 역사, 드러난 사건 이면 등에 대한 관심이 자기 전공과 그 시대(19-20세기… Read more후카이 토모아키, 홍이표 역, <사상으로서의 편집자>를 휘리릭 훑어보며

Crossan, 예수는 누구인가, 한국기독교연구소, 1998

한평생 역사적 예수 연구에만 천착해온 학자가 일반 대중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연구결과를 알린다는 것은 -저자의 역사적 예수상에 대한 견해에 대한 갑론을박을 떠나서- 올바른 일이다. 저자는 독자들과 대화하려고 초대장을 보낸다. 초대장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예수를 1세기 유대인들의 모국 안에서, 그들의 고유한 배경 안에서 예수를 바라보기 위한 시간 여행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저자의 초대를 받은 필자는 사뭇 저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답변할까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저자는 시종 일관 예수는 진짜 인간(real person)이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복음서에서 인간으로서는 기대할 수 없는 모든 진술을 예수에게서 분리한다. 그래야만 진짜 예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가 기적을 행하는 등등의 이야기들은 그를 믿는 공동체의 신앙고백에… Read moreCrossan, 예수는 누구인가, 한국기독교연구소, 1998